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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천번제는 일천 번 드리는 헌금이 아니다
    성서학/구약학 2021. 3. 1. 01:24

    일반적인 일천번제 헌금 봉투. 출처: 갓피플몰

     

    한국 개신교회는 타락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구체적인 타락상 가운데 하나는 '일천번제'라는 헌금이다.

    열왕기상 3:4에 기록된 솔로몬의 '일천번제'에서 명칭을 따와 일천 번 동안 헌금을 하는 것이 일천번제 헌금이다.

    일천번제 헌금은 특정 기도 제목을 놓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녀들을 위해 이 헌금을 드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일천번제 헌금'이 명칭을 따온 솔로몬의 일천번제는 결코 '일천 번'을 드린 제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솔로몬의 일천번제는 '일천 번제(燔祭)'이지, '일천 번(番) 제'가 아니다.

    먼저 원어인 히브리어 성경에서 '일천번제'에 해당하는 단어를 보면

    אלף עלות 이다. 이 말은 '일천 개의 번제' 내지는 '일천 개의 번제물'을 뜻한다.

    영어로도 살펴보자.

    a thousand burnt offerings(KJV)

    a thousand burnt offerings(NKJV)

    1,000 burnt offerings(NLT)

    a thousand burnt offerings(NIV)

    많이 쓰이는 영어 성경 번역본 네 개만 추려도 모두 'a thousand burnt offerings'로 되어 있다.

    만약 한국 개신교회에서처럼 일천 번의 제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영어로는

    thousandth offerings 라고 번역해야 맞았을 것이다.

    즉 '일천번제'는 일천 번 드린 제사가 아니라 일천 마리의 제물을 바친 번제였다.

    사실 한글 성경을 꼼꼼히 읽더라도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왕이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산당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렸더니" (개역개정)

    굵게 밑줄 친 부분에서 띄어쓰기가 어떻게 돼 있는지 보자.

    '일천 번 제'가 아니라 '일천 번제'이다. 전자였다면 일천 번의 제사를, 후자라면 일천 마리의 번제를 드린 것이다.

    국한문 성경으로도 보자.

    "이에 王이 祭祀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山堂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祭壇에 一千 燔祭를 드렸더니" (개역개정 국한문)

    국한문 성서를 보면, '번'이 차례 번이 아니라 사를 번 자임을 명확히 알 수 있으나, 주로 보급된 성경은 한글 전용판이기에 오해가 생기기 쉬웠다.

    개역 성경에서 빚어진 오해를 맞기 위해 일찍이 대한성서공회에서는 새로운 번역본에서 해당 구절을 더 명쾌히 번역하였다.

    "기브온에는 큰 산당이 하나 있었는데 솔로몬은 늘 그리로 가서 제사를 드렸다. 솔로몬은 그 제단에 번제물을 천 마리나 바친 적이 있다." (공동번역 개정)

    "기브온에 제일 유명한 산당이 있었으므로, 왕은 늘 그 곳에 가서 제사를 드렸다. 솔로몬이 그 때까지 그 제단에 바친 번제물은, 천 마리가 넘을 것이다. 한 번은, 왕이 그리로 제사를 드리러 갔는데" (새번역)

    즉 한글 성경만 꼼꼼히 읽어도 '일천번제'는 결코 '일천 번 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솔로몬은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 번 제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일천 마리의 제물을 번제로 드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기브온 산당의 제단이 얼마나 컸을까?

    해당 구절에 구체적으로 수치가 나와 있지는 않다. 다만 출애굽기에 기록된 성막 규격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너는 조각목으로 길이가 다섯 규빗, 너비가 다섯 규빗의 제단을 만들되 네모 반듯하게 하며 높이는 삼 규빗으로 하고" (출 27:1)

    번제단은 가로 세로가 각각 5규빗, 높이는 3규빗이었다. 1규빗은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인데 대략 45cm이다.

    그렇다면 번제단은 가로 세로 각각 2.25m, 높이는 1.35m였다.

    가로 세로만 따지면 번제단은 1평이 겨우 조금 넘는,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 일천마리의 제물을 다 올릴 수 있었을까?

    성경에 등장하는 수는 상징성이 크다. 7, 12, 40, 100, 1000 등. 이를 '완전수'라고 한다.

    예컨대 하나님이 천지 창조를 7일간 하신 것은 하나님이 하신 창조가 완전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번성을 의미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이스라엘이 상징하는 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40년 간 광야에서 떠돌았다. 완벽한 형벌이었다. 예수님은 40일간 금식하셨다. 완전한 금식이었다.

    솔로몬은 일천 마리의 제물을 번제로 드렸다. 완전한 번제를 드렸다는 것이지, 실제 1천 마리를 드렸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진정 어린 번제에 감동하셔서 그에게 지혜를 주신 것이지, 일천 마리나 되는 엄청난 제물을 바쳤기에 감동하신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천 번제를 일천 번의 제사로 오해할 필요도 없고, 한꺼번에 일천번의 헌금을 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번제'는 예수님의 완벽한 희생으로 더 이상은 드릴 필요가 없는 구약의 제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천 번제라는 폐기된 용어를 써가면서 헌금의 명칭을 정할 필요가 있는가?

    왜 구약으로 돌아가려 하는가?

    왜 예수님의 사역을 욕 되게 하는가.

    차라리 일천 번 헌금, 이라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라.

    '성경적'이라는 것은 성경에 있는 말을 아무 것이나 끌어서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정확한 해석, 역사적 배경, 문맥의 흐름, 오늘날의 적용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성경적이라는 말의 뜻이다.

    부디 한국 교회에서 일천 번제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풍습이 사라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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