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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을 자주 시행해야 하는 이유기독교 일반 2019. 2. 2. 12:49
최근 지인으로부터 성찬을 ‘자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았었다.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1. 우리말 성찬제정사의 번역 문제
대부분 개신교회에서 고전 11:24을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로 번역한다. 하지만 원문에서는 ‘행하다(ποιεω)’가 주동사로, 현재 능동태 2인칭 복수 명령법으로 활용되어 있다. 따라서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가 옳은 번역이다. (헬: τοῦτο ποιεῖτε εἰς τὴν ἐμὴν ἀνάμνησιν, 영: Do this in remembrance of me)
* ‘기념하라’든 ‘행하라’든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뉘앙스가 아니라 번역의 정확성 문제다.
2. 헬라어에서 현재 명령법은 반복적인 동작을 나타냄
헬라어 명령법에는 독특하게 현재와 과거 두 가지 시제가 있는데, 시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동작을 나타낸다. 현재 명령은 반복적인 동작, 과거 명령은 일회적인 동작을 의미한다. 성찬제정사에서 ‘행하라’는 현재 명령이다. 반복적으로 행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얼마큼 반복하라는 것인가?
3.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은 다른 계명과 동일한 권위를 지님
성찬을 행하라는 명령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은 다른 계명과 동등한 권위를 지닌다. 십계명의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계명은 부모를 가끔씩, 드물게 공경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공경하라는 의미이다.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명도 항상 살인하지 말라는 의미이지, 이 살인은 되고 저 살인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도 마찬가지다. (존 웨슬리의 ‘지속적 성찬의 의무’ 참조)
4.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
본래 안식일은 토요일이었지만 초대 교회는 토요일과 더불어 일요일에도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일요일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이다. 점차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던 풍습은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례이다. 작은 부활절로 주일을 지킨다면 성찬을 최소 한 주에 한 번, 주일에는 시행해야 한다.
5. 지속적인 성찬의 의무는 초대 교회의 회복
초대 교회는 모일 때마다 떡(빵)을 떼었다. (행 2:42, 46, 20:7, 11) 교회 개혁을 말할 때마다 ‘초대 교회로 돌아가자’라고 부르짖는다. 근데 대부분 알맹이는 빠진 추상적이고 공허한 모토일 때가 많다. 초대 교회로 돌아가는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는 성찬을 회복하는 것이다.
6. 성찬은 은총의 수단
신앙생활은 은총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은총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죄와 싸워 이기며 성화하게 하는 힘이다. 성찬은 은총을 전달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성찬을 통해 성령의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심을 경험하고 성찬을 통해 주시는 은총을 자주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7. 개혁의 표지
5,6번과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성찬은 종교개혁의 표지이기도 했다. 매우 일반화 시켜서 말한다면, 교회 개혁은 성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중세 가톨릭 교회가 지금처럼 성찬을 빈번히 시행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중세기에 성찬은 1년에 한 번 정도 밖에 시행되지 않았다. 루터를 위시한 종교개혁자들은 성찬의 성서적 회복을 부르짖으며 자주 하도록 애썼다. 이에 대응하여 로마 가톨릭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전례를 정비하고, 인쇄술에 힘입어 전례의 표준화를 이뤄내어 성찬을 빈번히 시행하게 되었다. 요컨대 성찬은 교회 개혁의 표지이자 수단이었다.'기독교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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